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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르의 티노트/티타임 노트

[홍차/대만] 일월담 아쌈(T8)

일월담 t-8아쌈홍차
Taiwanteacrafts, 대만
95도씨의 물에 세차없이 30초간 우렸다.
개완

나에게 차는 무엇일까?
내가 차로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차를 본격 공부한 적도 없었다. 그동안 차는 나한테 취미의 일종이고, 가끔은 어지러운 내 삶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오늘도 좀 그랬다.

사람은 물리적으로 맞은 적은 없지만, 종종 말 하나로 아플 때가 있다. 그리고 날 직접 겨냥한 것도 아닌 말에 내가 아파할 수도 있다.

아니, 사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지만. 그리고 나 때문에 아파한 사람들도 있겠지.

그러니까 차가 필요한 거다.

그 고통을 줄이기 위해 혹은 반성하기 위해.

오늘은 홍차가 마시고 싶었다. 정산소종이나 무이산야생홍차를 마실까 했는데, 일월담 아쌈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일월담 아쌈은 1925년 대만 난터우현에 일본 사람들이 인도아쌈 대엽종(아살모)을 심어서 난 홍차다. 일제의 지배가 끝난 후, 대만정부에서 품종개량을 했고, 지금 마시는 건 대차 8호.

일월담 아쌈 대차 8호의 잎. 내 손바닥 가로 길이 정도 된다.

일월담 지역 홍차 중 홍옥과 홍운을 마셔봤는데, 이 두 개의 홍차 모두 청량한 맛이 있다. 인도산 아쌈홍차에서는 나지 않는 맛인데,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일월담 홍차는 실론 우바나 닐기리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과연 대차 18호도 그럴까?

새 차를 열어보니 아주 향긋한 단내가 코를 찌른다. 그리고 가끔 레몬처럼 상큼한 향도 같이 난다. 뜻 밖의 향에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우리고 난 찻잎에선 달달하고 청량한 향이 나서, 일월담 홍옥이나 홍운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라 예상해보았다.

짜잔!!
홍차답지 않은 맑은 주홍빛 수색.
일단 인도 아쌈이랑은 다를 것이다.

달달한 향
향도 실론 우바나 닐기리 같지 않다.

오... 달고 목넘김이 좋다.
청량함이 약해.

오, 새로워!!

두 번째 잔. 수색은 살짝 옅어졌고, 청량감은 약해졌지만, 단맛도 조금 달라졌다. 첫 번째 잔이 진한 단맛이었다면, 지금은 입안을 단맛과 점성으로 채운다.

세 번째 잔. 수색은 더 옅어졌다. 잎에선 풀향이 난다. 하지만 여전히 달다.

달다라는 말을 더 잘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망고의 달달함? 아니면 단감의 달달함?

기대치도 않았던 차향에 기분이 좋아졌다.

성내고 있던 마음도 가라 앉았다.

마시길 잘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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