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몰트
로네펠트, 독일
아쌈, 카카오, 위스키아로마
90도씨로 1분 30초 간 우림.
티팟
정말 오랜만에 티팟을 꺼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아이리시 몰트를 우렸다.
영국에서 차를 입문한 후, 독일에 돌아와서 독일차를 탐구했다. 그리고 독일에도 몇 종류의 차브랜드가 있고, 그 중 비교적 구하기 쉬운 브랜드 중에 로네펠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빌레펠트 중앙역 근처에 있는 백화점 지하마켓에서 로네펠트를 취급하고 있었고, 그리고 아이리시 몰트는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였다.
차를 별로 안 좋아하던 친구들도 아이리시 몰트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윽한 위스키 향과 입안을 가득 메우는 카카오 향, 달콤한 아쌈을 거부할 이유도 딱히 없고. 나도 몇 봉은 비운 얼마 안되는 차 중에 하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내 차 생활에 불만은 없었으나, 그래도 아이리시 몰트는 꽤 그리웠다. 오늘 이것도 독일 사는 언니에게 부탁해서 받은 거다.
오늘 점심으로 먹은 스파게티가 너무 느끼해서, 평소처럼 중국차로 속을 달랠까 하다가, 며칠 전 사놓은 초코 도넛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초코와 차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그나마 내가 가진 차 중에선 가장 어울리는 게 아이리시 몰트인 것 같아 선택.
그래도 다행히(?) 도넛은 초코라도 설탕이 듬뿍 들어 간 빵이기 때문에, 차 맛을 많이 헤치진 않는 것 같다.
한국과 독일의 차생활은 조금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물의 질에서 비롯된다. 독일에 있을 땐 브리타 정수필터를 썼을 정도로, 독일물엔 석회질이 많다. 한국은 물이 연하고 깨끗한 편이라 차가 금방 우러난다.
아이리시 몰트도 1컵, 1스푼 당 3-4분 우리라고 쓰여 있는데, 이렇게 우리면 독일에서도 밀크티로 마실 정도다. 독일 석회물 기준으로도 2분, 한국에서는 1분 30초 미만.
그래도 두 번째 잔은 2분 정도 우려도 적당.
홍차를 마실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지금 마시고 있는 이 잎으로 얼마나 더 우려야 하나다. 보이차나 우롱차, 심지어 녹차도 2회 이상 우린다. 그런데 홍차는 다르다. 물론 잎마다, 우리는 다구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다구를 사용했을 때도 사람마다 다르다.
차잘알 동생은 1회, 차를 물처럼 마시는 언니는 3회.... 나는 몇 회인지 모르겠지만 4회 이상 우린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딱 한 번만 더 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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